[특집기획4] AI로 45곡을 만든 어느 아마추어 작사가의 도전
유명 '트롯 작사 작곡가' 인맥으로 잡는 비결
"자네도 한 번 도전해 보게"
그렇게 시작된 작사의 사연
내가 대중가요, 그중에서도 [트로트]라는 장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5년 경 쯤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방송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 한 곡이 귀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은 주현미였고 노래는 다름아닌 ‘비내리는 영동교’였습니다. 그때를 계기로 나는 트로트라는 음악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주로 팝송을 즐겨 들었지만, 아무래도 외국 음악이라는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았지요. 그러다 우리 정서에 더 가까운 트로트를 접하게 되면서,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됐습니다. (사진: 필자가 작사한 노래 중 하나 '키스타임')
"선생님께서 '도전하라' 하시니 해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인연이 찾아왔는데 사회에서 알게 된 한 후배가 내게 말하길 나와 자신의 아버지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소개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경기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계신 그분을 찾아가게 되었고, 그날 나는 후배의 아버님과 새벽까지 술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은 평생을 트로트 작사 작곡을 하신 유명한 분이셨는데 대표곡으로는 ‘미스 고’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는 분 이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분은 나를 유심히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자네를 보니 끼가 많은 사람 같아.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외모도 선비처럼 생겼으니 천상 글쟁이야. 작사도 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작곡도 해보게.”라고 하셨습니다.
그 한마디는 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사실 나는 그 이전에도 이미 여러 편의 가사를 써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듣고 나니 뭔가 자신감이 생겨나는 것도 같아 이후 그 가사들을 바탕으로 여섯 곡 정도를 직접 작곡했습니다. 그런데 하기는 했지만 연예기획사도 아니고 작사작곡을 직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취미로 한 것으로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잘 치시는 분께 악보는 따달라고 해서 작사와 곡을 매칭까지는 시켜 둔 상태인데 언제 그 노래들이 세상에 빛을 볼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의 AI ‘수노’ 작곡 도전기
그렇게 잊고 지내던 차에 얼마 전 ‘수노’라는 작곡 AI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노’라는 AI 작곡 프로그램을 알게 되자 다시 또 한번 글(작사)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오길래 내가 쓴 가사를 바탕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게 벌써 50여 곡이나 되었습니다. ‘수노’는 한 번에 두 곡씩 결과를 보여주는데, 나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고르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남성 보컬인지 여성 보컬인지, 곡의 분위기는 어떤지 등을 직접 설정할 수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이어서 맘에 드는 곡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곡을 생성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생성 버튼을 눌러 또 다른 곡을 받아보는 식이인 것입니다. 어떤 곡은 열 번 이상 반복해서 시도하기도 했으니, 하나의 노래를 위해 스무 곡 가까이 들어본 셈입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곡이 하나둘 쌓였고, 지금은 내가 만든 트로트 곡이 무려 50 여 곡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곡은 내가 쓴 가사와, 내가 설정한 방향, 그리고 AI가 만들어준 멜로디가 어우러져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께 이 곡들 가운데 몇 곡을 소개할까 합니다. 가사의 시적인 감성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함께 느껴보시고, 곡의 분위기도 함께 감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나는 이 노래들을 아내에게도 자주 들려주곤 했습니다. 아내는 내 노래를 듣고 두 가지 인상적인 평가를 해주었는데 첫째는 내가 여성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표현한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과 감정을 잘 담아낸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당신은 정말 글을 쓰는 글쟁이가 맞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말이 고맙고 의미 있게 다가왔는데 과연 여러분은 이 글과 노래들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수노’ AI로 맘에 드는 곡을 만들다 보니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 운전 중이나 한가할 때면 내가 만든 모래만 듣고 있는 것입니다. 가사를 만드는 창작의 기쁨과 내가 만든 노래를 듣는 즐거움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결과.. 탄생한 '작품' 몇 곡의 순위 매기기
타이틀 : 말해주세요
비하인드스토리 : 나를 만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할 때 아내가 제게 말했습니다. '너무 궁금해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만났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생각나서 상상으로 적어 본 가사입니다.타이틀 : 기다릴 이유 없습니다
비하인드스토리 : 많은 수의 트로트 가사를 보면 남자 때문에 맘 아파하는 여자의 사연이 많은 걸 봤습니다. 그래서 남자의 달콤한 말에 오히려 쎄게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비하인드스토리 : 한 참 바쁜 사회생활을 하던 시기에 밤마다 늦게 귀가하는 내 모습을 기다리는 아내 생각을 해봤습니다.
(1절)오늘도 바쁜가요혼자서 기다려요식탁에 나의 정성이그대를 기다려요연애할 때처럼늘 같이 함께 하고마주하고 싶은데그대는 바쁘네요(후렴)기다림은 아무렇지 않아요우리들의 행복 위해늦은 시간 있는거니까요기다려져요이번주말 그대와 나의상큼한 나들이 가요(2절) 생략... 노래듣기 : '기다려져요'
타이틀 : 한 듯 안 한 듯
비하인드스토리 : 아침마다 화장을 하는 아내를 유심히 보니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이 있는 걸 발견 했습니다.
크림을 바르고 콤팩트를 바르는 모습이 귀에 들리더라구요. 그 장면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빙글빙글'돌리고 '탁탁탁' 치대고 입니다.
(1절)자연의 모습도그대로 보다는가꾸고 다듬어야아름다운 것처럼여인의 모습도자연과 같이정성으로 가꿔야이쁘게 빛난답니다(후렴)빙글빙글 돌리고탁탁탁탁 치대며이리보고 저리보고시간가는 줄 모른만큼다시 태어나지요가꾸고 가꾼 이쁜 내모습은나만의 즐거움나만의 행복(2절) 생략... 노래듣기 : '한 듯 안 한 듯'
타이틀 : 널 몰랐을 때
비하인드스토리 : 후배 여성이 헤어지고 난 뒤 차라리 그 사람을 몰랐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을 때 노래 가사하나가 생각 났습니다. 그래서 작사 한 것입니다.
(1절)널 몰랐을 때 나는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 널 알았을 때 나는 하늘 나는 행복한 마음 너란 사람 하나에 울고 웃는 난 가벼운 사람 떠난 너를 보는 나는 무거운 하늘 지고 널 다시 못 본 나는 그늘에 물들어 가고 너란 사람 하나에 울고 웃는 난 가벼운 사람 너 하나 있고 없고에 이렇게 흔들리는 건 내가 아니잖아 널 몰랐을 때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마음의 그늘 벗어 버리고 다시 웃고 싶어요 노래듣기 : '널 몰랐을 때'
타이틀 : 당신의 패션
비하인드스토리 : 아내가 분명히 옷이 많은데도 늘 옷이 없다길래 왜 그러냐고 대화하면서 여성의 마음을 알게 됐습니다. 알게 된 그것을 고스란히 글로 옮겼습니다.
(1절)수많은 옷들 수많은 바지 스탠드에 옷걸이에 내눈엔 넘치고 넘처보여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여전히 없다며 부족하대요 보이는 저것은 옷이 아닌가 빨간색 노란색 다양한 색상 아래 위 어울리는 조합 찾아 악세사리까지 더해 하루 종일 그래 골라라 골라라 골라라 골라맘에 들때까지 최대한 이쁘게 그래 골라라 골라라 골라라 골라당신 맘에들면 나도 좋은거지 나도 좋은거야 (2절) 생략 노래듣기 : '당신의 패션'
타이틀 : 나는 더 하네
비하인드스토리 : 딸아이의 친구가 헤어진 뒤 너무 슬퍼 하길래 위로 해주느라고 '뭐가 그렇게 슬퍼 울지마'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말하길 '너는 나보다 더 할 거다'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생각 난 아이디어로 작사 한 것입니다.
(1절)이별이 아파 우는 친구 볼 때 두손 마주 잡아 위로 했지만 그게 그렇게 아프고 울 일인지 이해 못 해 어쩔 줄 몰랐어요 다시 보고 싶다고 애원하며 애꿎은 술만 마시고 쓰러진 친구를 볼 때면 그게 그렇게 눈물 콧물 짤일인지 몰랐어요 어이없어 어이없어 내가 왜이래 어이없어 나는 더 하네 ..생략... 노래듣기 : '나는 더 하네'
타이틀 : 버스 정류장에서
비하인드스토리 : 사춘기 고등학교 시절 등교길에 자주 보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물론 졸업하고 한번은 만났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고 상상해서 썼습니다.
(1절)하나둘 가로등 눈뜰 때 버스에서 우연히 그사람 한 순간 내 맘 흔들려 누굴까 어디에 사는건가 아무 말도 못 했죠 따라가면 이상할까 괜히 망설이다가 그대로 보내버린 게 자꾸만 아쉬워요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죠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오늘은 이렇게 스쳐가도 다시 볼 날 기다려요 러브 러브 사랑은 우연히 (2절) 생략... 노래듣기 : '버스정류장에서'
타이틀 : 절벽에 서서
비하인드스토리 : 가수 백지영 씨의 '목소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것인데 같은 마음으로 이입해 봤습니다.
(1절) 해 저문 절벽 끝에 서서 떠나간 무정한 사람 불러본다 울어주는 파도는 내 맘을 알까 미련의 끈 붙잡은 절벽에 서서 사랑이 뭐길래 사랑이 뭐길래 아~ 아~ 절벽에 서서 너를 부른다 갈매기 나래 타고 내 마음 전해도 되돌아오는 건 차가운 바람뿐 이별의 끝 절벽에 서서 너를 불러 본다 (2절) 생략... 노래듣기 : '절벽에 서서'
타이틀 : 키스 타임
비하인드스토리 :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습니다. 선수가 아닌 취미이지만 성인이 되서는 사회인 야구도 했습니다. 야구장에 홀로 간 적이 있었는데 외롭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상상을 해 본 것입니다.타이틀 : 천천히 가자
비하인드스토리 : 어느 순간부터 세월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는 노인분들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작사해봤습니다. 누가 오라는 사람도 없는데 세월은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궁금한 것을 적어 봤습니다.
(1절)눈 한번 깜빡이면 1년이 가고 뒤돌아보면 10년이 후딱 가네 통장 잔고는 그대로 주름만 늘어 야속한 세월아 조금만 천천히 어릴 땐 1년도 10년 같은데 요즘은 잠깐 한눈팔면 사오 년 무정한 세월아 날 좀 보고 가라 조금은 쉬면서 천천히 가자 세월아 저 앞에 아무도 없는데 누굴 만나려고 재촉하는 거야..생략.. 노래듣기 : '천천히 가자'
타이틀 : 사랑은 비처럼 내리고
비하인드스토리 : 눈과 비처럼 사랑과 이별이 대칭이 되고 대비가 된다고 느껴서 적어 본 가사입니다.
사랑은 눈처럼 살며시 내리고 이별은 비처럼 소리내 내리네 사랑은 눈처럼 포근히 내리고 이별은 비처럼 차갑게 내리네 소리없이 내리는 새하얀 눈처럼 사랑은 소복히 쌓이고 그대와 나란히 손잡고 추운줄 모른채 눈길을 걸었지 이별은 비처럼 차갑게 내려와 그대와 함께 그렸던 소중한 가슴에 그린 날들을 지웠네 흔적없이 사라진 아련한 사랑이여 ..생략... 노래듣기 : '사랑은 비처럼 내리고'
이상의 노래 12곡을 게재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