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3] 드라마 '참교육' 교권 붕괴 논란 속 학생인권조례를 다시 살펴보다
'학생인권조례' 논란왜 계속될까?
좋은 취지였지만 예상치 않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드라마 <참교육>에서도 묘사되었듯이 최근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 위축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커져있고, 그 중심에 '학생인권조례'가 거론되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진보 성향) 시절 처음 제정되어 차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진보(좌파) 진영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와 보수(우파) 진영이 이에 관여하지 않거나 반대했던 이유는 두 진영이 가진 교육 철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 학생인권조례가 추진 된 배경
진보 진영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앞장선 것은 이들이 추구하는 ‘보편적 인권’과 ‘학교 민주화’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근대적 통제 지양과 인권 보장
조례가 추진되던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학교 현장에는 두발·복장 규제, 소지품 검사, 강제 야간자율학습, 그리고 무엇보다 ‘체벌’이 공공연하게 존재했습니다. 진보 진영은 이러한 통제 위주의 학교 문화를 일제강점기나 군부 독재 시절의 권위주의적 잔재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학생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인권을 가진 존엄한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교과서적 당위성이 강했습니다.
시민사회운동과의 결합
당시 전교조나 진보 성향의 청소년·시민단체들은 학교를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UN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적 기준을 근거로 삼아, 법적 강제력이 있는 조례를 통해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자 했습니다.
2. 보수 진영이 우려했던 점
반면 보수 진영은 학교의 본질을 ‘성장과 훈육의 공간’으로 보았고, 진보 진영의 인권 담론이 학교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통적 훈육과 교권 보호 중시
보수 진영은 교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권위와 지도권이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학생에게 권리만 강조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지 않으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인권 침해’로 몰려 학교의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즉, 교육적 차원의 체벌 포함한 훈육과 통제는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필요악이거나 필요한 수단이라고 본 것입니다.
학력 저하 및 이념화 우려
보수 진영은 두발 자유화나 자율학습 폐지 등이 학생들의 생활 태도를 느슨하게 만들어 결국 ‘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염려했습니다. 또한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학생들의 정치 참여나 집회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조항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때문에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조례 제정 자체를 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진보 진영은 학교 안의 ‘권위주의적 통제와 인권 침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아 조례를 주도했고, 보수 진영은 그 조례가 ‘교권 실추와 학교 질서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 보아 반대하거나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교권 침해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을 보완하거나(학생의 책무 강화), 보수 성향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조례 자체를 폐지하고 ‘교육공동체 권리·의무 조례’ 등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도 이러한 오랜 철학적 대립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에 정치적·교육적 갈등 상황은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균형을 못 맞춘 이유는 도대체 왜 일까?
‘취지는 좋았으나 권리와 책임, 그리고 교권과의 균형을 정교하게 맞추지 못해 역기능이 커졌다’는 지적은 현재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많은 교육 전문가와 현장 교사들이 깊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이 제도가 왜 이렇게 양극단의 부작용을 낳게 되었는지 세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순기능 : 과거의 과도한 통제 제어
과거 학교 현장에는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도를 넘는 인격 모독, 무차별적인 체벌, 소지품 검사나 두발 단속 과정에서의 모욕 등 사생활 침해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최소한 ‘학교 안에서 학생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기준선을 세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조례 덕분에 감정적인 폭력이나 비인간적인 대우가 학교 현장에서 대폭 사라진 것은 분명한 순기능입니다.
2. 역기능 : 과도한 ‘터치 불가’ 상태와 조율의 실패
문제는 균형이었습니다. 조례를 제정할 당시,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그 권리가 타인의 권리(교사의 교수권, 다른 학생의 학습권)와 부딪힐 때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부작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책임과 의무의 부재
권리에는 늘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초기 조례들은 학생이 학칙을 위반하거나 수업을 방해했을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매우 느슨했습니다.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위축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같은 조항들이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되면서, 교사가 잠자는 학생을 깨우면 ‘휴식권 침해’, 수업 방해 학생을 격리하면 ‘학습권 침해’, 잘못을 지적하면 ‘정서적 학대(인격 모독)’로 몰리는 상황들이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을 터치도 못 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게 된 것 입니다.
3. 그렇다면 정교한 설계 즉 균형은 왜 안 됐을까?
당시 조례를 추진했던 진보 진영 측은 학생인권보장을 우선하는 접근을 취했고 반면 이를 제어해야 할 보수 진영이나 교육 당국은 대안적인 균형점을 모색하기보다는 조례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양 진영의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학생의 인권도 지키면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도 보장하는 정교한 완충장치’를 만드는 체계적인 법제화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양 날개가 같이 가야 배가 똑바로 가는데, 한쪽 날개만 비대해지면서 배가 뒤집힌 꼴이 된 셈이라는 의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필요한 것은?
결국 지금 우리 사회가 치르고 있는 비용은 당시에 했어야 할 ‘정교한 균형 잡기’를 뒤늦게 서둘러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 5법이 통과되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학생의 책무’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학생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제어하는 수준’ 그 이상으로 선을 넘어버린 이 상황을 이제라도 현실에 맞게 ‘권리와 책임의 균형‘으로 되돌려 놓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필자의 뒷 담화...
이상의 몇 가지 이야기는 사실 보수와 진보,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적 입장에서 객관화 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필자의 속생각은 다음과 같은 마음도 있습니다.
1. “모두가 피해자가 된 현실”
지난 수십 년간 보수와 좌파 진보 진영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교육 현장의 '적절한 균형' 잡기는 정상작동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봅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 및 과도한 학생 보호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이 짙었고,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정당한 권위와 권한은 우려수준으로 되었다고 봅니다.
승자 없는 가해자와 피해자
교권 추락으로 인해 교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교사의 통제를 벗어나 공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영향을 받은 당사자이며 결국 모두가 교육실패의 공동피해자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2.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과 이념적 도구화 의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학생인권조례'가 본래 목적 이외로 다소 벗어난 부작용도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적 도구화(?)
일부에서는 교육정책이 정치적 가치관과 결합하면서 본래의 취지가 변질 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3. 현대 사회의 저출산과 가족 구조의 변화 (심리적 원인)
부모의 부재와 보상심리
맞벌이 부모의 생업 종사나 여성의 자아실현 등으로 인해 아이와 함께 보내는 물리적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부모들은 이 미안함과 바쁨에 대한 반작용 즉 보상 심리으로 학교에서 자녀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었습니다.
4. 하방 경직성 극복과 '전인교육'으로의 회복
임금 하방 경직성(Downward Rigidity)과 같은 현실입니다. 경제학에서 한 번 올라간 임금이 쉽게 떨어지지 않듯이, 이미 커진 학생과 학부모의 권한 아닌 권한을 다시 균형 있게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권회복의 시급성
결론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저출산과 가족 구조의 변화, 교육철학의 차이, 교육정책의 운영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권한은 확대된 반면, 교권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인교육의 소환 절실
유명 학자의 ‘스무 살까지의 성장론’처럼, 교사의 정당한 권위 아래에서 통제와 훈육을 받아야 학생들도 결과적으로 사회 질서를 배우고 안하무인 격이 아닌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즉, 무너진 전인교육(인간의 모든 자질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교육)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교권 회복을 통한 교육 현장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미 커진 학생·학부모의 목소리를 줄이기는 매우 어렵겠지만(하방 경직성), 아이들을 올바른 사회인으로 키워내는 ‘전인교육’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찬성과 반대로 나누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학생 인권 보호라는 가치와 교권 회복이라는 가치 모두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조하기보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 교사의 권한과 책임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제도적 보완이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주요 핵심 조항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대한민국헌법」,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라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학생의 인권 보장 원칙)
① 학생의 인권은 이 조례에 열거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 학생의 인권에 대한 제한은 학생의 안전과 학교의 질서유지 등 교육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인권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
제2장 학생의 인권
○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제5조)
-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제6조)
- 학생은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지며, 체벌은 금지된다.
○ 사생활의 자유 (제13조)
- 학생은 소지품 검사를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학생 및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의 소지는 허용하되, 수업시간 등 교육활동 중의 사용은 학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
○ 표현과 집회의 자유 (제17조)
- 학생은 서명운동, 집회 등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단, 학교 내의 집회는 학업과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학교 규정으로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
끝으로 학생인권은 보호되어야 할 가치이며, 교권 역시 교육을 위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앞으로는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조하기보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 교사의 권한과 책임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제도적 균형이 필요할 것입니다.
의견이나 댓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