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분석 03] 연애보다 연애 예능이 더 익숙해진 시대 생존법

연애 예능은 왜 계속 흥행할까? 방송사가 놓지 못하는 4가지 이유

드라마PD 보는 연애프로 PD 심리 분석

 결혼예식장과 산부인과 매출이 걱정되는 역대 최저 혼인율과 출산율을 기록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안방극장은 온통 남들의 연애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방송사의 철저한 비즈니스 계산과 우리 세대의 심리적 결핍이 어우러진 연애 예능 열풍의 이면은 무엇일까요?

이래서 방송사들이 연애예능을 놓지 못합니다.

1. 우선 제작비 가성비가 아주 좋아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매우 좋습니다.

 상대적 적은 비용 및 간편한 제작

방송국과 OTT 플랫폼 입장에서 잘 만든 연애 예능은 그야말로 '황금알 거위'입니다. 회당 수억 원이 투입되는 드라마와 비교하면 제작비가 훨씬 적게 들면서도 높은 화제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어 제작사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화려한 세트장도 방대한 스탭진이나 또한 여기저기 로케 다닐 필요 없이 그저 아담하고 이쁜 펜션이면 촬영장 걱정도 없습니다.

 압도적인 화제성

들어가는 돈은 획기적으로 적은데, 시청률이나 SNS 화제성은 수백억짜리 대작 드라마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안 만들 이유가 없는' 최고의 남는 장사인 효자 아이템입니다.

2. 삶이 고달픈 젊은 청춘남녀의 상큼한 도파민 대리 만족

 연애는 못해도 사랑은 알기에 남들의 사랑으로 대리만족

다른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가 내가 직접 울고불고 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는 않더라도 그거 나마 빙의해서 대리 만족 느끼는 것입니다.
요즘 청춘남녀들 높은 집값, 취업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이른바 'N포 세대'의 삶을 살고 있는 거 다 아시죠.

우울한 현실벽 앞에 연애를 시작하기는 버겁지만, 마음 속 깊은 곳 인간 본연의 사랑과 설렘에 대한 욕구는 여전합니다. 연애 예능은 이 심리적 공허를 제대로 파고 들어 감정을 간접적으로 해소 하는 아주 좋은 창구가 되어줍니다.

내 현실 연애는 많은 비용이 들고 상처받을 위험이 크지만, 화면 속 남들의 연애를 지켜보는 것은 공짜입니다. 직접 연애할 여유가 없는 요즘 청춘남녀들은 남들이 썸을 타고, 질투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성 만족, 즉 감정적 보상을 얻습니다.

3. 옆 집 사는 내 선배 후배 같은 일반인 출연진의 참 이 맛

 일반인들의 허술한 모습에서 긴장과 흥분의 몰입감

예전의 천생연분이나 장미의 전쟁등 짝짓기 프로그램은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나와 일종의 '홍보나 비즈니스' 목적 아닌가 싶어 마음에 쉽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연프의 주인공은 대기업 직장인, 미용사, 연구원, 대학생 등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일반인들입니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 노출이 되고 질투나 집착 때론 은근한 말실수 등 인간적인 허술함들이 고스란히 화면에 노출됩니다.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긍정과 야유 속에 녹아듬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내가 저 상황이었어도 진짜 화를 참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저기서 쟤는 왜 저것 밖에 못 하지?” 등 감정을 표출하며 엄청난 동질감과 이질감 등으로 과몰입 하게 됩니다. 완벽한 각본 속 인물이 아닌, '진짜 사람'이 주는 리얼함에 녹아드는 것입니다.

 4. '방구석 판사'들이 모이는 온라인 재판소 문화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바로 접속

 요즘 연애 예능은 단순히 TV 앞에 앉아 '시청'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방송이 끝나는 순간 유튜브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야말로 시청소감이 폭발합니다. 시청자 참여형 콘텐츠가 되는 순간입니다.

 독자들은 출연자들의 행동 하나하나, 눈빛 하나까지 프레임 단위로 쪼개 분석합니다. 누구의 행동이 옳고 그른지 비판하고 칭찬하며 일종의 '온라인 시청자 재판'을 엽니다. 자극적 편집의 악순환이 생깁니다.

 (Shorts)이나 밈(Meme)으로 소비하기에 이보다 좋은 소스가 없다 보니, 방송사들도 시청자들의 더 큰 논쟁과 소통을 유발하기 위해 편집을 점점 더 자극적이고 도발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연프 공화국의 씁쓸한 자화상

 "현실에서 연애하기 힘든 시대, 방송사는 최소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내기 위해, 시청자들은 가장 안전하고 자극적인 감정적 재미를 얻기 위해" 서로의 마음이 맞아 활짝 꽃 핀 연애방송 !

 결국 연애 예능의 대범람은 현실 연애가 막혀버린 우리 세대의 아픈 결핍과, 이를 영악하게 파고든 방송계의 상업주의가 맞물려 탄생한 씁쓸한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바늘구멍은 넓어졌으나, 머무를 방이 없다

지상파 공채 시험의 높은 성벽을 허물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는 미디어 생태계를 보면 쓸쓸함이 남습니다.

방송 세계에도 1인 주의 시대가 오다

 문득 기억의 서랍을 열어 1980년대의 텔레비전을 떠올려봅니다. 그때는 화면 속 세상이 참 멀고도 견고했습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방송 3사가 열어주는 좁은 문을 통과한 열 몇 명의 청춘들만이 탤런트라는 이름표를 달고 안방극장에 찾아왔습니다. 간혹 명문대 캠퍼스에서 재능 있는 이를 데려왔다는 특채소식이 들릴 때면, 대중은 그들을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특별한 존재처럼 바라보곤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방송국은 아무나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높은 성벽과도 같았지요.

 세월이 흘러 지금의 텔레비전을 켜면,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음을 실감합니다. 이제는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해 혹독한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야구장에서 관중의 흥을 돋우며 환하게 웃는 치어리더가 예능의 중심에 서고, 땀 흘리며 운동하던 평범한 이들이 셀럽이 되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합니다.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이웃집 청년이 방송이 끝나면 수만 명의 팔로워를 이끄는 인플루언서가 되어 손쉽게 세상과 소통하고 공동 구매로 커다란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언뜻 보면 참 다정하고 공평한 세상이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숨겨진 매력만 있다면 언제든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가 던져두었던 높은 문턱이 마침내 낮아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무대 뒤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에 씁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문은 활짝 열렸는데, 그 문을 지나 정착할 수 있는 생존의 방은 과거보다 훨씬 더 좁고 위태로워졌기 때문이지요. 마치 어렵사리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했더니, 그 뒤에는 끝없는 사막이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랄까 싶습니다.

예전엔 선후배라는 든든함 있었는데

과거 공채 시절에는 비록 시작은 좁았어도, 일단 울타리 안에 들어서면 선후배라는 관계와 시스템이 그들을 품어주었다. 조금 서툴러도 기다려주는 온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글은 냉정합니다. 대중의 관심이라는 것은 참으로 불 같아서, 번개처럼 뜨겁게 타올랐다가도 더 새롭고 자극적인 이가 나타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어제는 수천 명의 환호 속에 인플루언서로 추앙받던 이가, 작은 말실수 하나 혹은 서툰 태도 하나 때문에 하루아침에 차가운 외면을 받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릿해지기도 합니다.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세상의 날 선 시선 앞에 홀로 던져진 그 서글픈 뒷모습들입니다.

 결국 등용문이 넓어졌다는 건, 그만큼 쉽게 소비되고 쉽게 잊힐 수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반짝이는 화제성을 안고 무대에 들어선 수많은 일반인 출연자들 중, 몇 년 뒤에도 여전히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시대. 활짝 열린 문 앞에서 기쁨을 누리는 청춘들을 보며, 나는 축하의 마음 뒤로 지울 수 없는 쓸쓸함을 가만히 삼키게 됩니다. 우리의 다정한 관심이 그들에게 조금만 더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습니다.

>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연애 프로그램을 챙겨보시나요? 정말 대리 만족 때문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팝콘 콘텐츠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wonjunstory.com입니다.
의견이나 댓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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